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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2015 (역사 속 복수의 윤리)

by 여나09 2025. 5. 20.

암살 2015 (역사 속 복수의 윤리)
암살 2015 (역사 속 복수의 윤리)

영화 「암살」(2015)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순한 독립운동 서사로만 기억되지 않는 이유는, '복수'라는 인간적인 감정과 '윤리'라는 도덕적 질문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암살」 속 주요 인물들이 마주한 선택의 순간을 통해, 복수가 과연 정의로운가, 그리고 역사는 복수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해 탐색한다.

총성과 정의: 안옥윤의 판단

안옥윤은 영화 「암살」의 핵심 인물이다. 독립군의 일원으로서 그녀는 일본군 장성과 친일파를 암살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는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총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역사를 바로잡는 도구’다. 하지만 총을 쏘는 순간, 그녀는 하나의 생명을 끊는 동시에 도덕적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안옥윤의 판단은 냉정하면서도 인간적이다. 타깃이 친일파라 하더라도, 그들을 처단하는 순간은 단순한 복수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과거의 상처와 가족의 비극, 조국의 아픔이 그녀의 방아쇠를 당기게 만든다. 그 선택에는 개인적인 복수와 국가를 위한 정의가 동시에 작동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 선택을 절대적인 정의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고뇌를 통해 복수와 정의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를 보여준다. 복수의 감정이 정의로 승화되기 위해선, 그 선택이 공적 책임과 윤리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안옥윤은 그것을 아는 인물이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복수의 쾌감이 아닌, 책임의 무게가 담겨 있다.

배신과 책임: 염석진의 몰락

염석진은 친일의 길을 선택한 전직 독립군이다. 과거에는 같은 조국을 위해 싸웠지만, 이제는 일제의 밀정으로 살아간다. 그의 존재는 영화 내내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살아남기 위해 타협한 자는 모두 죄인인가?” 염석진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그는 자신만의 논리와 생존 방식 속에서 조국과 가족, 개인의 안위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한다. 하지만 그 줄타기는 결국 배신으로 귀결되며, 그 대가는 냉정한 복수로 돌아온다. 영화의 후반부, 염석진은 결국 과거의 동지에 의해 심판받는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감정적 복수라기보다, ‘책임’이라는 윤리적 판단의 결과다. 영화는 그의 죽음을 영웅적이지도, 비참하지도 않게 그려낸다. 오히려 냉정하게, 마치 역사라는 법정에서 판결을 내리듯 보여준다. 염석진의 몰락은 복수라는 테마를 넘어서 ‘책임’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그가 처벌받은 이유는 단지 적을 도운 것이 아니라, 함께했던 이들을 배신하고, 역사의 흐름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는 복수의 정당성을 '책임의 유무'로 판단한다.

과거의 그림자, 현재의 해석

「암살」은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에게도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그 시대에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이는 복수가 정의일 수 있었던 시대를 되짚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다. 오늘날의 윤리 기준으로 보면, 영화 속 복수는 지나치게 거칠고 위험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대는 법이 정의를 보장하지 못했고, 권력은 억압의 도구였다. 복수는 살아남은 자들의 감정이 아니라, 죽어간 자들의 정의를 대신 실현하는 행위였다. 영화는 복수 자체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선택을 쉽게 비난하지도 않는다. 이는 관객 스스로가 판단해야 할 몫이다. 그리고 이 판단은 우리가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복수는 감정이다. 하지만 그것이 역사 속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윤리적 기반 위에 있어야 한다. 「암살」은 이 윤리적 딜레마를 정면으로 다루며, 결국 관객으로 하여금 복수의 정의와 책임, 그리고 용서의 조건까지 되묻게 만든다.

영화 「암살」은 단순한 총격 액션을 넘어, 복수의 의미와 윤리를 진지하게 묻는 작품이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복수는 과연 정당한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이 영화는 그 해답을 강요하지 않지만,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지금 다시 한 번 시선을 거슬러 올려볼 것을 추천한다. 과거는 묻혀진 것이 아니라, 해석되어야 할 이야기다.